이 책은 개항 이후 외세의 간섭에 흔들리면서도 주체적인 근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던 대한제국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직후 1950년대 식민지 교육의 잔재를 청산하며 새롭게 민주주의 독립국가로 대한민국을 건국하여 새로운 시대를 건설하고자 했던 해방공간까지 크게 3부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제1부는 대한제국, 제2부는 일제강점기, 제3부는 대한민국의 1950년대 해방공간으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대한제국의 근대적 산업디자인 교육의 뿌리와 태동을 살피며 1장에서는 고종의 관립공업전습소, 2장에서는 조선인 신규식과 박찬익이 이끌어 갔던 공업연구회의 활동에 주목했다. 제1부의 1장에서는 1907년에서 1909년까지 고종의 광무개혁의 연장선에서 대한제국의 농상공부 소관으로 개교한 공업전습소의 관립공업전습소일람(1909년 출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과 1910년에 한일합방에 의해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며 조선총독부 소속으로 재편성되어 운영된 공업전습소의 조선총독부 공업전습소일람(1915년 출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을 비교, 검토하여 지금까지 알려져 오지 않았던 한일합방 이전 대한제국 시기의 관립공업전습소의 역사적 실체에 대해 밝혀보고자 했다. 제1부 2장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일제강점기 이전에 설립된 관립공업전습소의 애국계몽과 부국강병의 신념으로 한일합방 초기까지 공업전습소에서 공부한 조선인학생들이 모임인 ‘공업연구회’ 활동과 매월 1회 발간되었던 회보인 『공업계(工業界)』(1909∼1910)를 분석했다. 1909년부터 1910년에 걸쳐 발간된 『공업계』는 현재 국내에 총 5권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것은 지금까지 ‘조선총독부공업전습소’의 사료를 중심으로 고찰되면서 정리되지 못했던 애국계몽과 국권회복의 취지로 운영되었던 관립공업전습소와 조선인학생들의 공업연구회의 문맥에서 한국의 근대적 산업디자인의 시원을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본 책의 부록자료로 공업계의 권별 필자와 목차를 모두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여 자료화했기 때문에 계속하여 다른 분야의 연구에서도 국권회복과 애국계몽을 취지로 시작했던 한국의 근대적 산업의 시원에 대해 연구할 경우, 중요한 참조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2부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주도하에 식민지교육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근대적 디자인교육인 바우하우스교육이 어떻게 조선에서 소개되었는지 살폈다. 제2부 3장에서는 동경 유학을 통해 일본식 바우하우스 교육을 접한 김재석의 행보를 살폈다. 제2부 4장에는 국내에서 일본식 바우하우스 교육을 홀로 독학으로 접하며 탐구한 최유련의 행보를 살폈다. 최유련은 당시 조선인 인재들이 입학하던 대구사범학교에서 공부한 인재로 미술에 재능이 있던 초등학교 교사였다. 서구식 미술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들어오던 근대화된 대구의 환경 덕에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도화교육서적을 구매하여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대구사범학교 부속소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일본의 〈동광회(同光會)〉에서 주최한 단기 도화과 하계 교사연수에 참여하면서 일본의 구성교육과 바우하우스교육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최유련은 대구사범학교 부속소학교에서 『도화과지도세목(圖畫科指導細目)』(1938)이라는 실험적인 교사지도안을 남겼으며, 일본의 구성교육을 참조로 하되 조선의 사정을 살피며 농촌의 주거환경 개량과 관련된 과제를 제시하거나 모흘리나기의 조형이론인 ‘빛’을 재료의 표면처리로 다루는 교육안을 개발한 것은 일본의 구성교육에서는 볼 수 없는 최유련만의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안이었다. 제2부 5장에서는 지방의 작은 농촌도시에서 근대적 도화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보급되었는지 식민권력에 의한 지방도시의 개발을 살폈다. 당시 근대미술교류가 활발했던 큰 지방도시였던 대구와 작은 농촌도시였던 용인의 근대적 도화교육의 실질적 양상에 대해 관련된 사료를 조사하여 비교, 분석하였다.
제3부의 6장에서는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해방된 직후 식민지 교육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롭게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며 일제의 도화교육 방식에서 어떻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는지 당시 새교육과정을 이끌어 갔던 박휘락 교수의 행보를 추적하여 연구했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이후의 대한민국의 도화교육의 방향의 전환과 민주주의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 근대 산업디자인 교육의 역사적 시원으로서 근대적 도화교육의 양상을 살피고 있다. 즉 지금까지 식민지 수탈론,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거대담론을 통해 가려져 있었던 소수의 ‘한국인 한명 한명’의 인적역량과 주체적인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이란 무엇이었는지를 중심으로 하여 사료를 조사하고 수집하여 연구한 것이다. 그리하여 개항기부터 해방공간까지라는 역동적인 역사의 흐름에서 ‘한국인 한명 한명’은 한국의 근대적 산업의 시작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위한 근대적 산업디자인 교육을 위해 무엇을 일구어 나가고자 했는지 서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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